금혼식 (결혼 50주년)
Author
Kagrowa
Date
2017-12-05 12:56
Views
5043
그들 부부는 배우자의 취향이 자신과 한참 다른 것을 보고 ,
처음에는 비난도 하고, 또 그대로 받아주기도 하면서 살았다네.
사람들은 서로 물과 불처럼 잘 맞지 않는 것같다고 하였지.
의지하고 사랑하면서도, 부부는 오랫동안 서로를 장악하였고,
모든 것을 서로 공유하였기 때문에,
마치 번개가 치면 다음엔 벼락이 꽝하듯이
그들은 서로를 훤히 알게 되었다네.
어떤 날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대답이 먼저 나왔고,
어떤 캄캄한 밤에는 침묵의 모양새를 보고
상대방의 눈빛이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되었다네.
남녀의 성은 희미하여졌고,
상대에 대한 신비로움은 아주 먼나라 이야기가 되었지.
모든 색깔이 모아지면 흰색으로 보이듯이
서로 구별되었던 것들은
한 쪽이 다른 쪽을 쫓아가면서 전부 구분이 없어졌다네.
그중에 두 부부가 모두 택하였던 것은 어떤 것이고
사라진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래서 부부중 누가 더 좋아하였을까?
누가 이야기하여 부부가 각각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 것인가?
둘다 머리를 끄덕이면,
어느쪽이 제의하고 어느쪽이 동의한 것일까?
(식사 기도 후) 누구의 손짓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할까?
누가 (병치례로) 덜 허약한 상대방을 그렇게 힘들게 하였을까?
누가 먼저 죽고 누가 더 오래 산다는 운명선은 누구의 손바닥에 새겨져 있을까?
그들이 서로 상대방의 눈으로 시선을 돌리니,
꼭 닮은 사람의 모습이 서서이 나타나는군.
가장 이상적인 엄마들은 가족의 모든 것을 훤히 알지 않겠나?
이제 이 가여운 노부부는 서로 잘 알았던 사이같지도 않다네
누구와 친하였는지 뭔지 통 알 수가 없거든.
오늘같은 잔칫날, 그들 부부의 금혼식하는 날,
비둘기 한 마리가 창턱에 내려 앉아 있으니,
그들처럼 꼭 닮은 한쌍으로 보이네.
*한글 번역: 최 완섭
Wislawa Szymborska 는 폴란드 출생의 시인으로 그녀의 많은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었습니다. 1996년, 그녀에게 노벨 문학상이 수여되었습니다. 영어도 심오한 내용을 지닐 수있음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Golden Anniversary
Wislawa Szymborska, 1923 - 2012
They must have been different once,
fire and water, miles apart,
robbing and giving in desire,
that assault on one another’s otherness.
Embracing, they appropriated and expropriated each other
for so long
that only air was left within their arms,
transparent as if after lightning.
One day the answer came before the question.
Another night they guessed their eyes’ expression
by the type of silence in the dark.
Gender fades, mysteries molder,
distinctions meet in all-resemblance
just as all colors coincide in white.
Which of them is doubled and which missing?
Which one is smiling with two smiles?
Whose voice forms a two-part canon?
When both heads nod, which one agrees?
Whose gesture lifts the teaspoon to their lips?
Who’s flayed the other one alive?
Which one live and which has died
entangled in the lines of whose palm?
They gazed into each other’s eyes and slowly twins emerged.
Familiarity breeds the most perfect of mothers—
it favors neither of the little darlings,
it scarcely can recall which one is which.
On this festive day, their golden anniversary,
a dove, seen identically, perched on the windows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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